210308 오늘의 일기
잠시도 바르게 앉아있지 못하고 틈만 나면 친구와 장난치려는 아이들과
대답도 잘하고 줄도 잘 서는 아이들
그리고 거의 말이 없는 아이들이 한 반에 있다.
수업 시간은 어렵다.
뭐든 하기 싫고 놀고만 싶다는 첫 번째 아이들을 구슬리고 나무라면서 집중시키는 동안
두 번째 아이들의 얼굴에는 수면 아래 짜증과 억울함이 비친다.
그리고 이 둘을 신경 쓰느라 마지막 아이들의 희미한 표정은 포착하기 너무나 어렵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이들을 거의 쳐다보지도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엄한 선생님이 되면 이 어수선함이 바로잡힐까? 더 꼼꼼해야 하나? 더 세심해야 하나? 아니면 가식을 덜고 더 나다운 선생님이 되어야 하나?
아직은 모든 게 어렵기만 하고
중요한 3월이 하루하루 지나간다는 조급함만 커진다.
쉬는 시간은 조금 다르다.
첫번째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는 비슷비슷한 개구쟁이지만
사실은 수줍은 개구쟁이, 까부는 개구쟁이, 항상 웃는 개구쟁이, 말을 예의 없게 하는 개구쟁이, 무던한 개구쟁이가 있다.
오늘 청소 시간에는 복도 청소를 한다는 핑계로 복도로 우르르 나가더니
복도에 걸린 애국가 가사를 보며
우렁차게 애국가를 합창했다.
하라는 청소는 안 하고!
세 번째 아이들도 쉬는 시간에는 조용하지 않다.
내가 말을 시킬 때만 입을 다물 뿐
자기가 말하고 싶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얄미워라!
이 아이들은 주로 자기들끼리 놀다가 가끔씩 내게 말을 건다. 별 내용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 대답하곤 한다.
그중 한 아이는 정말 조약돌처럼 조용한데
오늘 아침글쓰기 시간에 "내게 천만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할까?"라는 주제에 대해
선생님에게도 선물을 사주고 싶다고 적었다.
두 번째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나를 도와주고 싶어한다.
이렇게 다양한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수업을 할까. 첫 번째 아이들을 진정시키면서, 두 번째 아이들에게 수업을 혼자 짊어지라는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세 번째 아이들을 잊어버리지 않으면서. 쉬는 시간에는 저마다 다 다르게 사랑스럽던 아이들도 수업 시간에는 그저 고민거리가 된다.
그리고 우리 반에는 네 번째 아이가 있다. 공룡을 좋아하고, 마스크를 안 쓰고, 친구들을 자꾸 때리고, 옷장에 들어가거나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가기도 하는 아이.
이 아이에 대해 얘기하자면 고민의 바다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오늘은 넘어가자.
그래도 이 아이는 내 손 잡는 것을 좋아한다.
그건 기쁜 일이다.
선생님도 네 손을 놓지 않을게.
그치만 내일은 제발 친구 때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