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교단일기

210310 오늘의 일기

slowglow01 2021. 3. 10. 23:09

늘 그렇지만 고된 하루였다
아이들을 보내고
선생님들과 잠깐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간식을 얻어먹고 교실로 돌아와
퇴근 시간이 지날 때까지 아무 것도 안 하고 앉아 있다가
창문에서 안 보이게 의자를 돌려 놓고 조용히 울었다.
이것보다 더 열심히는 할 수 없어. 이미 최대치를 넘었단 말이야. 발령 받고 단 1분도 학교 생각 안 하고 마음 편히 있었던 적이 없어. 더 열심히는 못해. 더는 못하겠어.

내가 뭘 더 해야 하겠니! 라고도 생각했다가
그 생각은 지웠다.
아이들을 원망하게 되면 안 된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눈물을 그치고 다시 수업 준비를 하고 오늘도 밤 10시에 퇴근했다. 아주 늦은 저녁을 먹고 누웠다.

내일 아침에는
일단 엉망인 교탁을 치우고
아침 글쓰기 예시를 써 주고
어제 경고했는데도 또 친구를 속상하게 한 어린이에게 벌로 내준 글씨쓰기 숙제를 검사하고
도서관에 가서 아침글쓰기 다 쓴 어린이가 읽을 책을 빌려오고
행정실에 연락해서 우리 반 특수 어린이가 자꾸 들어가는 옷장에 자물쇠를 달아 달라고 부탁하고
아이들을 줄 세워서 1교시 영어실에 보내야지
오늘 그토록 원성을 들으면서도 담임체육 시간을 반납해서 줄서기를 연습했으니까 내일은 좀 더 잘 서겠지
내일도 못 서면? 어쩔 수 없지
다음주 담임체육도 줄 서기 연습이야
으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