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수업일기

3학년 1학기 도덕 - 가족다양성 수업

slowglow01 2021. 6. 12. 17:27

나는 도덕 교과서를 쓰지 않는다. 정말 싫어해서 아예 펴지도 않는다. 단원 이름 정도만 가져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다. 3단원 '사랑이 넘치는 우리 집'은 가족다양성 수업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작년 여름에 사회 각론을 공부하면서 바로 이 '다양한 가족'이라는 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은 지금까지도 이 블로그의 가장 인기글로 남아 있고... 어쩌다 보니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이 된 꼴이다. 그치만 우리 가족 사랑해요~ 효도해요~ 보다는 세상에 정상가족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우는 게 낫지 않겠는가? 게다가 나는 (무적의) 당사자성까지 있으니 이야기를 꺼내기 좀 수월했다.

먼저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소개했다.

선생님한테는 엄마가 없고 아빠만 있어요. 이런 가족도 있지요.
아이들은 잠시 아리송해하더니 금방 납득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다음 활동은 내 발명품이 아니다. '젠더온' 홈페이지의 '주제별 성평등 교육 수업 활용가이드' 중 '가족·친밀성' 편을 활용했다. 가이드에서는 책, 만화, 영화의 등장인물을 그려서 오려 붙이도록 하고 있고,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니 잡지에서 인물들을 오려 붙이기도 했지만, 내게는 잡지가 없었다. 대신 젠더온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생활공간 성평등 아이콘'을 사용했다. 생활공간뿐 아니라 교육공간, 노동공간, 공공분야 성평등 아이콘도 있는데(ppt에 사용된 그 그림이다) 교육적으로 유용할 뿐 아니라 몹시! 무척! 너무! 귀엽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이 사용할 예정이다. 

내가 만드는 가족의 후보자들. 당연하지만 가장 인기 멤버는 몬스터였다.
내가 만든 예시

우리 반 아이들이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는 가족을 만들었는지 보여줄 수 없어 속상하다. 완성된 활동지들이 참 예뻐서(역시 귀여운 아이콘을 사용했기 때문이겠지. 젠더온 짱!!) 교실 창틀에 빨래처럼 줄줄이 붙여 놓았다. 아이들이 오며가며 자주 들여다보기를 바랐지만 (당연히) 놀기 바빠서 안 본다. 괜찮아 얘들아. 잊어버릴 만하면 이야기할 테니까. 얘들아 선생님은 엄마 없어. 알지? (무적의 당사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