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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교단일기

2학기 첫 주 조각 모음

slowglow01 2024. 9. 8. 21:57

4학년 도덕 교과서 <우리가 만드는 도덕 수업>은 경로잔치를 주제로 하고 있다.
원래 1학기 말에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학기를 넘겨 버렸다.
도덕 교과서를 보여주며 경로잔치의 의미와 방법 같은 걸 설명했는데
예상 외로 아이들의 반응이 네? 경로잔치요? 우리가요? 지금요? 하는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아뿔싸
도덕만큼 정서적인 측면이 중요한 교과가 없는데
아이들과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흥미와 필요성을 느끼는 과정을 건너뛰고 대뜸 프로젝트부터 내민 것이다.
공연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무조건 좋아할 줄 알았지...
뒤늦게 사후조치로 이 프로젝트의 의의 같은 걸 구구절절 설득하고
노래, 댄스, 리코더, 태권도로 팀을 나누었다.
좀 당황스러워 보였던 아이들도 막상 역할을 정하고 연습을 시작하자 풀어진 모습을 보였다.
프로젝트의 의미에 공감했기보다는 그냥 연습이 재미있어서겠지만
아무튼 열심히 준비해서 이번 달 말에 경로당을 찾아갈 계획이다.
좋은 추억이 되기를


넘버원이 스티커 다섯 개를 모아서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원래 이런 식의 보상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
이 친구에게는 이게 가장... 효과적이다.
첫 주... 약간의 위기는 있지만 넘버원은 1학기 때보다 훨씬 잘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괴로움 총량의 법칙을 증명이라도 하듯
넘버투가 우리 반 전체(나 포함)를 너무너무 괴롭게 하는 중이다...
ㅎ ㅏ ㅇ ㅏ 아........
그래도 내일부터는 좀더... 교육적인 방법으로 지도해 봐야지.. 짜증내지 말고... (그치만 쟤가 먼저)
우리 좀더 잘해보자... 너도 나도...


축제 업무 담당 선생님께 "4학년 연극 하나 올린다"라고 공언을 해버렸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한다...
다행인 점은 도서관에서 <찾았다, 오늘이!>라는 제목의 극본을 찾아서
그걸 적당히 수정해서 어렵지 않게 극본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마침 이번 주에 영화 <우리들> 감상 수업이 끝났으니
다음 주부터 애니메이션 <오늘이>를 보고 천천히 연극 만들기를 시도해 봐야겠다.
더듬더듬... 캄캄한 숲에서 길을 찾아가듯이...
어떻게든 되겠지 (뭘 이렇게 일을 많이 벌려놨냐)


아침글쓰기는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아침 시간 10분을 때우는 활동이니까 너무 큰 욕심을 갖지는 말고
다만 아이들의 글을 나만 (3초만에) 읽는 대신 다른 아이들과 나누고 생각을 넓히는 방안을 찾고 싶다.
그리고 아이스크림몰에서 파는 속담툰 노트를 샀다.
원래 이런 아이템 안 좋아하지만
3학년이 이거 갖고 속담 퀴즈대회 한다길래 재빨리 "4학년도 끼워줘요" 하고 탑승했다.
퀴즈대회는 못참지
다만 이건 어느 시간을 활용해서 풀려야 할지 그것이 문제로다...


1학기 때 반응이 좋았던 국어수업 중에
저마다 그림책 한 권씩을 골라 친구들에게 읽어 주는 수업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안 읽어준다는 약간의 죄책감(?)이 있었는데 (그래서 1학년이랑 안 맞았음ㅠ)
그걸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고
아이들도 책을 읽어주면서 소리내어 읽기를 연습하고(그렇다. 4학년에게도 이 연습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동시에 경청이나 공감 같은 학급분위기 형성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2학기 때도 그걸 시도해 보았는데
어째 1학기 때보다 분위기가 그렇게 좋지 않다.
눈에 보이는 활동 모습은 똑같지만 담임의 감(ㅋㅋㅋ)으로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의 흥미, 몰입도 같은 것이 떨어졌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역시나 빌드업이 부족했다.
1학기 때는 국어 듣기·말하기 단원의 흐름과 함께 진행하여
이 활동을 왜 하는지, 이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하였다면
이번에는 "너희 이거 1학기 때도 해봤지?" 하고 성급하게 시작한 것이다.
경력이 3년 반쯤 되니 웬만한 활동은 능숙하고 매끄럽게 진행할 줄 알게 됐는데
그래서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과 만나고 생각을 깨우는 과정을 많이 건너뛰게 된 것 같다.
기억해야 한다.
아이들은 비록 대분수를 가분수로 바꾸기 이런 건 잘 못해도
진심을 알아채는 감각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예리하다.
진심을 주어야만 아이들은 배운다.


아침 시간이나 조용한 활동 시간에는 음악을 틀어놓는다. 주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활용하는데
1학기 때는 단조로운 피아노 선율이 반복되는 '우리아이 창의력 발달 배경음악(2시간 광고없음)' 같은 걸 틀었다면
이번에는 그냥 내 마음에 드는 썸네일 예쁜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팝송이나 재즈.
딱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나도 좋은 음악 듣고 싶었음...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슨 음악이 흘러나오든 별로 관심이 없는데
학생 한 명이 마음공책에, 몇 번이나, 선생님이 들려주는 음악이 너무 좋다고 적어 왔다.
나도 덩달아 마음이 참 좋아졌다는 이야기.


1학기 때는 학생들 간의 관계 문제로 속썩을 일이 별로...
....여기까지 쓰고 나니 1학기 때 속썩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래도 별로 많지는 않았는데
왠지 2학기가 되니 하루 걸러 한 번 (눈물을 곁들인) 상담이다.
그래, 사춘기가 올 때가 되었지
그래도 아직은, 내가 진지한 얼굴로 말하면, 울망울망한 눈빛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고
다시 사이좋게 잘 논다.
(근데 카카오톡에서는 어쩜 이렇게 독한 말을 내뱉는 거니?ㅜㅜ)
부디 남은 한 학기, 누구 하나 마음이 크게 다치는 일 없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또래 상담... 자체적 갈등 해결 프로세스... 이런 걸 해봐야지
내일 서클에서부터 시작해 봐야겠스


조아
아직까진 마음의 힘이 있다.
그게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 일인지 이젠 안다.
다음주도 잘 보내자
아좌좡~~><

이건 올해 애들은 아니고 작년 제자들(6학년) 사진. 4학년 대 6학년 축구경기 구경 중에 "잠깐 너희 지금 인생샷이다" 하고 찍었다. 참고로 4학년이 이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