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1 수업일기 (6)
블로그이름뭘로하지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시가 등장하는 것은 1단원 '재미가 톡톡톡'에서 처음. 그 뒤로 아직까지 시를 다시 보지 못했다. 분명 나는 초등학생 때 시를 엄청 읽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교육과정이 바뀐 건지 아니면 내가 재미없는 건 다 까먹은 건지... 아무튼 대신 학급문고에 시집을 몇 권 꽂아두고, 재미있는 시를 찾아 아침시간에 종종 읽기 활동을 했지만 반응은 언제나 그냥저냥이었다. (박성우 이 그나마 조금 인기가 있었다) 그렇다고 담임이 시 교육에 특별히 열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그동안 시는 교실 한 구석의 화분처럼 큰 존재감 없이 방치(?)되어 있었다. 동시 작가님이 우리 반으로 찾아오기 전까지는. 작가님이 우리 반에 오시게 된 과정에는 내 개인사가 너무 많이 들어 있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1. 과학 4단원 '자석의 이용'을 배우는 중이다. 이제야 조금 실험다운 실험을 하게 돼서 즐겁다. 작은 규모의 실험이라서 늘 도구들을 교실로 가져와서 실험하는데, 아이들이 자꾸 과학실 언제 가냐고 물어본다. 사실 되도록 안 가고 싶어... 선생님은 교실이 좋아... 교과서에 있는 실험은 안 빼놓고 거의 다 하지만, 실험 관찰은 이제 잘 쓰지 않는다. 실험을 하면서 동시에 결과를 기록하는 것은 열 살에게는 무리라는 사실을 눈물로 배웠다. 그냥 실험을 하고, 결과를 열심히 관찰만 한 다음에 정리는 내가 칠판에 한다. 기록하는 방법은 4학년 선생님한테 배우렴 얘들아!! (이런 식으로 너무 많은 것을 내년으로 넘기고 있기는 하지만) 이 단원에서는 유튜브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자석이 철을 '끌어당기는' 모..
나는 도덕 교과서를 쓰지 않는다. 정말 싫어해서 아예 펴지도 않는다. 단원 이름 정도만 가져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다. 3단원 '사랑이 넘치는 우리 집'은 가족다양성 수업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작년 여름에 사회 각론을 공부하면서 바로 이 '다양한 가족'이라는 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은 지금까지도 이 블로그의 가장 인기글로 남아 있고... 어쩌다 보니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이 된 꼴이다. 그치만 우리 가족 사랑해요~ 효도해요~ 보다는 세상에 정상가족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우는 게 낫지 않겠는가? 게다가 나는 (무적의) 당사자성까지 있으니 이야기를 꺼내기 좀 수월했다. 먼저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소개했다. 그다음 활동은 내 발명품이 아니다. '젠더온' ..
발령받기 전, 미술수업에 대한 책을 한 권 샀다. 꽤 유명한 책이었고, 미술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유용하겠다고 생각했다. 캐치프레이즈도 명쾌했다. 미술이 두려운 교사를 위한 쉽고 재미있는 미술수업! 그때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 무척 꺼림직하다. 미술수업은 쉽고 재미있는 것이어야 할까? 왜? 절대 망하지 않는 수업 이 책이 불편한 이유. 이 책에 나오는 활동들은 대부분, 잘 따라하기만 한다면 모두가 반드시 아름다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일단 많은 활동이 도안을 사용한다. 도안을 잘 자르고 칠하고 붙이면 작품이 완성된다. 도안이 없는 활동이라도 대부분 처음부터 끝까지 무척 명확한 표현 방법을 지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 가면 큰 문제 없이 멋진..
우리 반은 4월 16일에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당연히 내가 정한 날짜는 아니다. 아무튼 그러므로 4월 15일에 계기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진행하기로 하고... 아무 것도 못 하고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지식채널e '다시, 봄'을 시청하고, 이 ppt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교조에서 만든 416교과서를 많이 참고했다. 마무리로는 흔한 활동을 했다. 노란 풍선에 메시지를 적어서 세월호를 띄워 보아요... 그런 거. 아이들은 내가 걱정한 것보다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펑펑 운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 반에는 지금 파랗고 깨끗한 세월호가 풍선에 매달려 둥둥 떠 있다. 거짓말처럼 아니면 희망처럼. 이 ppt가 최선이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솔직히 부끄러운데, 그래도 기록해둔다. 8주기..
고등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그때 우리 반은 일 주일에 한 번씩 쪽지 시험을 봤는데(그리고 모든 학생들의 점수와 반 등수를 교실에 떡하니 붙여 놨다. 야만의 시대...) 한 번은 억울하게 국어 시험에서 한 문제를 틀린 적이 있다. 어떤 시를 읽고 화자의 감정을 유추하는 문제였는데, 나는 '자조'를 골랐고 답은 '원망'이었나 그랬을 것이다. 나는 분개해서 교무실에 찾아갔으나 선생님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게 왜 자조냐면....! 화자가 지금 자조하고 있잖아요! 이 구절을 보세요, 누가 봐도 자조잖아요. 이 분명한 자조가 보이지 않으시나요?? 너무 답답하고 억울한데 이유를 콕 집어 설명할 수가 없어서 더 당황스러웠다. 지금은 그 시의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맞았고 선생님이 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