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2 수업일기 (3)
블로그이름뭘로하지
3월 9일 그날은 새벽 두 시 반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개표율이 80퍼센트가 넘어갈 때까지 깨어 있다가 착잡한 마음으로 잠들었는데 아침에도 기적은 일어나 있지 않았다. 이제 세상은 어떤 곳이 될까. 약하고 외롭고 억울한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갈까.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과 눈꺼풀을 안고 출근해 1교시 전담 시간 동안 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2교시는 사회. 교과서는 펴지 말라고 했다. 오늘은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얘기를 할 거예요. 우리가 지난주에 만든 약속 있죠? 선생님이 그걸 바꾸려고 해요. 오늘부터는 새로운 약속으로 생활할 거예요. 아이들은 아직 별 반응이 없다.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요? 그러세요 그럼... 하는 온순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젠장 너무 착한 어린이들..
아주 엄밀한 의미에서 정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신이 아니라 몸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우리가 정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아주 많은 일이 실은 몸의 일이다. 사랑도 고뇌도 이상도 절망도 전부 몸의 일. 그리고 공부도 몸의 일. 그래서 3학년 국어는 몸의 말, 감각적 표현을 익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를 읽어보기 전에 먼저 시를 바라보고, 맡아보고, 맛보고, 들어보고, 만져보는 것이다. 몸의 말을 배우려면 무엇보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 '시에서 말하는 이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라고 묻는 교과서는 덮어 두고, 김기택의 동시집 에서 시 두 편을 빌려 왔다. 뜨거운 호두과자 오른손이 뜨거워 왼손 왼손이 뜨거워 오른손 두 손 다 뜨거워, 후딱, 입에 넣은 호두과자 놀라 통통 튀는 호두과자..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나만의 우주 만들기'https://createmyuniverse.co.kr/main라는 사이트를 본 적이 있다. 여러가지 아이템 중 세 가지를 골라서 나만의 우주를 꾸밀 수 있는 사이트로, '나' 캐릭터의 자세나 표정도 선택할 수 있다. 선택권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나만의 우주를 채워넣을 아이템을 고민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귀엽다. 새학년 자기소개 활동을 고민하다가 그 사이트가 떠올랐다. 이거 학생들이랑 하면 재밌겠다!! 그래서 또 연필과 싸인펜으로 뚝딱뚝딱 활동지를 만들어 봤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돌아다니는 2022년이지만 내게는 아직도 태블릿이 없어 손으로 활동지를 만든다. 솔직히 말하면, 싸인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스캐너 어플로 사진을 찍어 편집하는 그 번거로운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