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과 영화 얘기 (6)
블로그이름뭘로하지
2023년 상반기가 다 지나간 기념으로 요즘 읽거나 본 컨텐츠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에게 2023년은 대 깔짝거림의 해라서 한 50권쯤 펼쳐본 것 같은데 다 읽은 책은 방금 세어보니까 겨우 12권이더라. 재밌었으면 됐어~ 1. 1984(조지 오웰, 김승욱 옮김, 문예출판사) 얼마 전 재밌게 읽은 에서 에 대한 꽤 자세한 비평을 다루었기 때문에 궁금해져서 읽게 됐다. 사실 이 책을 굳이 사서 읽을 생각은 별로 안 하고 있었는데, 왜냐하면 너무 유명한 책이라 내가 이 책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주제, 줄거리, 결말, 그리고 그 유명한 마지막 문장 모두 이제는 그냥 현대인의 교양 수준이기 때문에... 읽어야 할 책 많은데 굳이? 그러나 너무 당연한 ..
나는 뮤지컬을 아주 좋아하는데 사실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얘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뮤지컬 영화', 그중에서도 대부분 20세기에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무대에 올라가는 뮤지컬을 보러 가기에는 돈도 없고, 기력도 없고, 그 두 가지가 다 있다고 해도 여기는 지방이라 뮤지컬 공연 자체가 별로 없다. 전세계에 흥행하는 프랜차이즈 뮤지컬보다 1950년대 MGM 뮤지컬 영화의 접근성이 더 높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정작 뮤지컬(무대) 감상 경험은 별로 없으며 내가 아는 뮤지컬 배우들이란 프레드 아스테어(1899~1987)나 주디 갈란드(1922~1969) 같은 사람들뿐이라는 사실 그러므로 뮤지컬로서의 광주에 대해 궁금했다면 이 글에서 얻어가는..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 결국 12월 31일에 울면서 노트북 켠다... 올해 읽은 책과 읽다가 때려친 책에 대한 짤막한 감상과 소개 모음. 1편은 여기 있습니다~ 16. 숭배 애도 적대(천정환) 3월에 코로나 걸렸을 때 읽으려고 샀다가 나중에야 읽게 된 책. 출판사 소개는 다음과 같다. "1980-90년대 ‘열사’들의 죽음, 그리고 2000년대로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죽음과 노무현·노회찬·박원순 등 정치인들의 죽음, 그리고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잇단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죽음의 정치학 또는 한국 정치의 감정구조의 메커니즘을 살펴본다." 읽는 내내 마음이 많이 아팠고... 개인적으로는 첫 챕터가 정말 좋았는데 뒤로 갈수록 조금씩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 나라, 이 시대의 죽음에 대해 이..
매년 이맘때면 그 해에 읽은 책을 정리하고 베스트를 꼽는다. 원래 완독한 책들만 정리하지만 올해는 책을 많이 안 읽었으므로(ㅠㅠ), 그리고 다들 알겠지만 정말 좋은 책을 완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올해는 읽다 만 책들도 같이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언젠가의 누군가의 읽을 책 선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1. 외로운 도시(올리비아 랭) 겨울방학에 혼자 여수로 여행 가서 읽은 책. 너무 좋아서 독후감도 썼다. 이 책 진짜 짱이고 특히 예술/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꼭 읽어보길 바람. 나는 사실 별로 관심 없는데 그래도 좋았다!! 2.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김기봉) 예스24 중고서점에서 반값에 사온 책인데 처음에는 저자의 의견에 잘 납득이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지만 점차 재미있게 읽었던 책...
아무도 모르고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실 하나를 고백하자면, 내가 우쿨렐레를 배우기 시작한 건 마중물샘 때문이었다. 마중물샘이 우쿨렐레를 치며 아이들과 노래를 불렀다는 글을 읽고,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여 따라하고 싶었다. 블로그에 열심히 일기를 올리는 것도 실은 마중물샘을 따라하는 중이다. 마음 깊이 존경하고 응원하는 마중물샘, 차마 그 신념과 긍지는 따라할 자신이 없으니 껍데기라도 열심히 '손민수'하는 것이다. 마중물샘이 알라딘 북펀드로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곧장 달려가 펀딩을 했지만 참여자 명단에 이름은 올리지 않았다. 나중에 선생님께서 참여자 명단에 적힌 이름을 하나하나 소리내어 읽었다는 트윗을 보고 속으로 울었다. 아! 나도 이름 올릴걸!! 그렇게 도착한 책 '다시 내가 되는 길에서'를 ..
내가 좋아하는 영어 표현 중에 "(I've) Been there"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표시할 때 쓰는 표현으로 "나도 그런 적 있어"나 "나도 그 마음 알아" 정도로 번역하면 적당하겠지만, 직역하자면 "나도 그곳에 가 봤어"가 된다.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고 한참 기다렸는데, 잠시 한눈파는 바람에 내 차례를 놓쳐서 번호표를 다시 뽑고 기다려야 했어. Been there. 여기서 'there'은 은행이 아니라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경험이다. 이 표현에 대해 생각할 때면 꼭 눈앞에 가상의 지도가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경험과 감정들이 구체적인 장소가 되는 지도. 이곳에서는 뚜벅뚜벅 걷거나 자동차를 타고 감정을 '찾아갈' 수 있다. 강둑에 앉아 슬픔의 강이 흐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