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이름뭘로하지
241002 의식의 흐름 본문
이번 여름은 몸 여기저기를 벅벅 긁기만 하다가 가는 것 같다.
모기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던 해가 없는데
올해는 진심... 헌혈 수준으로 뜯겼고
게다가 다들 힘 좋은 산모기들인지 다리에 흉도 많이 졌다.
지금도 긁고있음... 시월인데...
덥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지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벌써 햇빛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가을이 싫은 건 아냐... 가을에는 별 유감이 없다 하지만 찬바람이 분다는 것은 즉
이제 겨울이 온다는 거잖아....
겨울의 그 창백한 하늘 그리고
초록색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황량한 풍경
그것들이 몇날 며칠 몇 개월이고 이어진다는 것이
벌써 나를 너무 막막하게 한다.ㅠㅠ
그리고 환절기라 너무 피곤함..
어제는 하루종일 병든 닭처럼 자다깨다만 반복했다.
안 더운 건 좋지만 여름이 좀더... 천천히 물러갈 순 없었나
이렇게 순식간에 추워져야만 했니... 서운하네...
알록달록한 것
꽃무늬인 것
즐겁고 명랑한 것
그림이 그려진 에코백, 이상한 티셔츠, 어린이 뮤지컬 영화, 팬지 화단 같은 것들
나이 먹으면 안 좋아하게 될 줄 알았는데
점점 더... 진심으로 진지하게 좋아하게 됨...
그것도 나이고
안 웃으면 무섭게 생겼고. 정내미 떨어지게 딱딱하게 말하고
말싸움에서는 밀리지가 않고 가끔 상대방을 울리기도 하고
빼짝 말랐고 단발머리고 검은 옷이 잘 어울리고
과정이 아니라 오직 결과만이. 남들보다 압도적인 결과만이 중요한 사람도 나다.
요즘 그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둘을 어떻게 조화시키며 살아야 하나
호랑이도 나고
토끼도 나인데
그 둘이 같은 동굴에 살고 있다면...
아무튼 나는 봄이 세상에서 제일 좋고
장마철만 뺀다면 여름도 제법 좋아하고
그래서 지금부터 정신건강에 각별히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테면 가방마다 핸드크림을 하나씩 넣어놓는 것
수면양말을 신는 것
포근한 실을 사서 목도리를 뜨는 것
캐롤 이터널선샤인 사랑의블랙홀 등등 겨울 영화를 다시 보는 것
붕어빵을 사먹는 것
이런 것들을 하면서 부지런히 기쁨을 주우러 다녀야 한다.
더 추워지기 전에는 산책을 열심히 해야 하고
이건 토끼 같은 버전의 나.
이번 연휴 때는 진짜로 공부하고 토론회 준비도 해야 돼!
이건 호랑이 버전의 나.
어느 쪽이든 잘 돌보고
한쪽이 기죽지 않도록 잘 달래면서(놀랍게도 호랑이 쪽이 더 기가 잘 죽는다;;)
연휴를 잘 보내야겠다.
화이팅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