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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업일기

4월 16일 세월호 계기교육

slowglow01 2021. 4. 18. 13:26

우리 반은 4월 16일에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당연히 내가 정한 날짜는 아니다. 아무튼 그러므로 4월 15일에 계기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진행하기로 하고... 아무 것도 못 하고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210416세월호계기교육.pptx
2.97MB

지식채널e '다시, 봄'을 시청하고, 이 ppt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교조에서 만든 416교과서를 많이 참고했다. 마무리로는 흔한 활동을 했다. 노란 풍선에 메시지를 적어서 세월호를 띄워 보아요... 그런 거. 아이들은 내가 걱정한 것보다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펑펑 운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 반에는 지금 파랗고 깨끗한 세월호가 풍선에 매달려 둥둥 떠 있다. 거짓말처럼 아니면 희망처럼.

이 ppt가 최선이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솔직히 부끄러운데, 그래도 기록해둔다. 8주기에는 조금 더 나은 수업을 하기를. 그때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기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드디어 이루어졌다고. 우리는 잊지 않았고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다고.

+이 수업과 관련해 추가로 기록해 두고 싶은 것이 생각나 적는다. 여러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시나요, 물었을 때 한 아이가 "아이들은 다 죽고 선생님들이랑 선원들만 살았다고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예전에 비슷한 말을 들은 것이 기억났다. 2014년 4월, 사고 직후 온갖 말이 교실을 떠돌 때였다. 누군가 말했다. 근데, 선생들은 다 살았대. 아이들은 내버려두고 살았대.

사실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교사 생존율은 21%로 가장 낮다. 14명 중 3명만이 생존했다. 그런데 왜 이런 말들이 사고 직후에도, 아직까지도 떠도는가. 세상은 교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기억하는가. 나는 교사혐오라는 말에는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다. 교사는 어느 정도 미움받을 수밖에 없는 직업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미움은 너무 억울하다. 그분들은 학생들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혼자만 살아남지 않았다. 그리고 살아남았다고 해도 그게 잘못인가. 산 것이 잘못이 될 수 있는가. 강민규 교감 선생님은 구조되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마음 짐작하기도 어렵다.

후배 교사가 되어. 떠난 선생님들의 이름을 불러 본다.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유니나 선생님. 전수영 선생님. 남윤철 선생님. 이지혜 선생님. 김초원 선생님. 김응현 선생님. 이해봉 선생님. 최혜정 선생님. 박육근 선생님. 강민규 선생님. 이름은 불렀지만 건넬 말은 차마 없다. 평안하시길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