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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2 오늘의 일기

slowglow01 2022. 1. 22. 22:23

오늘은 아주 멀리까지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걸으면서 나의 결혼식을 상상했다.
딱히 결혼에 로망이 있다기보다는 원래 걸으면서 별의별 상상을 다 하는 편이다.
아무튼 나의 결혼상대가 결혼식에서 나의 최애 드라마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의 수록곡 Settle for me에 맞춰 춤을 춰주는 장면까지 꽤 구체적으로 상상했는데
정작 웨딩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아서 접었다.
야... 이건 아닌 것 같아. 응... 아닌가 봐...

예상도

아무튼 그렇게 오래오래 걸어서
당근마켓에서 우쿨렐레를 사 왔다.
몇 달 전 음악학원을 그만두면서, 학원에서 빌렸던 우쿨렐레도 함께 반납하고
적적한 일상을 보내던 참이었다.
이제 내 악기가 있으니 아무때나 연습할 수 있어!
더 멋진 방학을 보낼 수 있겠군!

큐트~

벌써 방학이 3주나 지났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내가 그동안 한 것이라고는 누워있기, 누워서 폰 보기, 그러다 잠들기, 일어나서 다시 폰 보기
그게 전부였는데
아직 끝내주게 놀아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2월이라니...
이런 걸로 또 조급하고 불안한 것으로 보아
나는 한국인이 맞는 모양이다.
더 잘 놀아야 하는데...
아직 충분히 쉬지도 못했고
충분히 행복하지도 못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베짱이처럼 우쿨렐레를 뚱가뚱가 연주해야겠다.
나는 베짱이다! 놀기의 달인이다!

링가링가링 링가링가링

방학하기 전에는 매일 밤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 방학만 하면 진짜로 정신과를 가봐야지' 생각했는데
방학하고 나니 그런 마음이 거짓말처럼 옅어졌다.
역시 노동은 인간 정신에 해롭다...
또 괜히 찾아갔다가
멀쩡한데 왜 오셨어요? 라는 말만 듣고 돌아오게 될 것 같다. (실제로 이렇게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가서 무슨 말을 한다는 말인가?
정신과 의자에 앉아서 홍상수 영화의 김민희 말투로
제가, 바지를 안 입고 외출하는 꿈을 종종 꾸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이미 외출한 상태인데, 문득 내 모습을 보니 바지를 안 입고 있는 거죠
저는 황망하고 창피해서 다급하게 숨을 곳을 찾지만 일이 계속 꼬이고요
그런데 요즘 계속 그런 기분이에요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깜빡한 것 같은데, 그게 없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제가 입는 걸 깜빡한 바지가 뭘까요? 커리어일까요? 인간관계일까요? 절대로 만족을 모르는 비대한 자아일까요?
혹시 그게 정신건강인가 해서 여기 와 봤어요

음... 지금은 바지 입고 계시죠?
네? (확인) 아, 다행히 입고 있네요
그럼 괜찮아요. 자 다음 환자분

이렇게 쫓겨나면 어떡하지...

누가 내 바지를 옮겼을까

아무튼
싱숭생숭해할 시간이 없다.
즐거워만 하기에도 방학은 짧다.
내일은 세탁소에 수선 맡긴 자켓을 찾아오고
우쿨렐레 연습을 하고, 책도 좀 읽고
간만에 사람들과 술도 마실 것이다.
열심히 행복을 찾아야지
바지도 찾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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