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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걸렸다

slowglow01 2022. 3. 18. 11:12

일요일 저녁에 한 줄이 나와서 출근했는데
컨디션이 심상치 않았다
목과 머리가 아팠고 으슬으슬 추웠다
그래도 코로나라는 생각은 차마 하지 못하고
비가 오는데 너무 얇게 입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바보
불행 중 다행으로 월요일에는 수업이 한 시간밖에 없다
1교시에 반장을 뽑고
나머지 시간 동안은 아 추워, 아 춥다, 중얼거리며 교무실에 앉아있거나 휴게실에 누워있었다
그때 검사를 해볼걸... 하는 후회를 아직까지 하고 있는데
또 생각해보면 그때 검사했어도 한 줄이 나왔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을 집에 보낸 후 다시 검사를 해보았는데
처음에는 선명한 한 줄이었다가
점점 아주 희미한 두 번째 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 홀리...

희미한 두 번째 줄이 보이시나요


5분 후에 교무회의가 있었는데
일단 병원으로 뛰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도 무시하고 달렸다
그러나 달려간 것이 무색하게 병원은 손님들로 가득했고(전부 나처럼 검사받으러 온 사람들이었다)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것도 병원 밖에서
나 추운데...
38도 열이 끓는 몸으로 덜덜 떨며 기다렸다
좀 따뜻하게 입고 올 걸

의사 선생님은 내 증상과 체온을 듣자 웃으며
이건 안 찔러봐도 확실하다고 말하고는
면봉을 콧구멍에 체감 30센티미터쯤 푹 찔러넣었다
어차피 확실하다면서요!!!
면봉 끝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오는 게 느껴졌다
10초 뒤 면봉을 빼내는데
나는 봤다
솜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또다시 한참 기다려 양성 판정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고
관사로 돌아오니 다섯시쯤 되어 있었다
출근할 때는 그냥 컨디션 안 좋은 직장인이었는데
코로나 환자가 되어 퇴근하다니...

천만다행(?)인 것은 우리 학교가
학생과 교직원 모두에서 폭증하는 확진자들을 더 이상 어찌하지 못하고
재량휴업을 결정한 것이다
우리 반 아이들이
이 보결선생님에서 저 보결선생님으로 이리저리 맡겨지며 얼마나 정신없이 지낼까 걱정했는데
미안한 마음은 조금 덜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은 자가격리 5일차
천국 같다
비록 콧물 기침 가래 인후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3월에 (본의 아닌) 이런 짧은 방학? 너무 달콤하다
쉬면서 격리 끝나고 수업할 준비 같은 걸 좀 해도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무 것도 안 했다
할 일이라고는 밥 먹고 약 먹고 자는 것뿐이구나
시끄러운 세상사와 정신없는 학교 일이
전부 전생 같다

그저께 주문한 책이 오늘 도착한다고 한다
오늘은 그 책을 읽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그러고도 의욕이 남아 있으면 수업준비도 조금 깔짝거려 봐야겠다 (없으면 말고)
여러분 건강합시다
그치만 이미 코로나에 걸려버렸다면
우리 죄책감 없이 신나게 쉬기로 해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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