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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교단일기

220308 오늘의 일기

slowglow01 2022. 3. 8. 20:12

1교시는 수학 첫 시간. 진도를 나가기 전에 먼저 학생들의 기초연산 능력을 점검해 보기로 했다. 엑시트 프로젝트 http://exitbasic.com 에서 덧셈과 뺄셈 진단 자료를 내려받아 활용했는데, 학생이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막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어 있어 좋았다. 한 자리 수의 가르기와 모으기부터 두 자리 수의 덧셈과 뺄셈까지 총 8단계로 되어 있는 문제들을 주었는데

80%의 학생들은 전혀 어렵지 않게 모든 문제를 금방 풀었고(채점을 아직 안 해서 점수는 모르겠으나)

4~6단계쯤부터 헤매면서 내 도움을 받아 끝까지 푼 학생이 두 명

3단계쯤부터 어려워하다가 5단계쯤까지 푼 학생이 한 명

1단계부터 아예 감을 못 잡는 학생이 한 명 있었다.

가족이 확진이 되어 등교중지 중인 학생도 한 명 있는데, 지난주 수업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봐서는 이 학생도 조금 걱정이 된다.

작년 내내 수학 교육과정 만든 사람들에게 욕을 퍼부으며(학습량 줄인다며!! 줄인다며!!!) 곱셈과 나눗셈과 분수와 고군분투하던 나

올해는 더욱 체계적인 수업과 집착 어린 반복 지도로 더 많은 학생들을 부진의 늪에서 구해내고 말 테다. 특히 1단계 너... 선생님이랑 앞으로 자주 보자.(♡)

2022년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나의 모습 (예상도)


3~4교시는 미술이었다. 오늘도 진지한 척 약을 팔 준비를 한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착각하는 게 뭐냐면, 그림을 못 그리면 미술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물론 그림 잘 그리면 좋지. 하지만 미술은 단순히 그림 그리는 거랑은 달라요. 또 손으로만 미술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눈으로도, 머리로도, 때로는 온몸을 사용해서도 미술을 할 수 있어요.

엉덩이로도 할 수 있어요?

당연하지!

짱구 이야기를 하며 아이들이 웃는다. 아무튼 그러므로 오늘은 몸을 사용해서 작품을 만들어볼 거라고 설명한다. 오늘의 주제는 <손바닥으로 우리 반 간판 만들기>. 활동 출처는 여기. https://samstory.coolschool.co.kr/zone/story/educolla/streams/567

우리 반의 가치 '배움정(배려, 즐거움, 우정)'

물감을 쓰는데다 책상까지 밀어놓고 하는 수업이라 난장판이 되지 않을지 조금 걱정했는데,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잘해주었다. 평소보다 좀 소란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이제 인정해야겠다. 아이들이 조용하고 얌전하게 미술활동을 하고 있으면 참 편하고 좋기는 한데... 심심하다. 아이들이 웃고 자랑하고 질문도 많이 하는 시끄러운 수업, 그래서 한 번 하고 나면 기가 쭉 빨려 드러눕게 되는 수업이 신나고 좋다. 다음 주에는 운동장에 나가서 물감을 뿌리고 흘리며 놀아 볼까.

생각보다 종이가 작아서, 3교시가 끝날 때쯤 벌써 작품이 완성되었다. 4교시에는 천천히 뒷정리를 하고, 소감을 발표한 다음에 혹시 시간이 남으면 알림장을 쓰면 되겠군... 이라고 생각하는데 영어 선생님이 찾아왔다.

2반 영어 4교시 맞죠?

네? 5교시 아니에요???

전담 시간표를 보니 정말로 4교시가 맞다. 영문을 모르겠다. 왜 5교시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의아해할 시간조차 없다. 엉망이 된 교실을 그대로 두고,  아이들을 영어체험실로 쫓아내다시피 했다. 결국 교실 정리는 내가 다 했다. 시간표를 잘못 읽은 벌이다.

이렇게 멋지게 인쇄까지 했는데...(색감 이상한 건 그냥 넘어갑시다)

4교시가 끝나면 점심. 5교시에 뭘 할지 걱정하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몰랐다. 어쩌다 보니 미술을 한 시간 만에 끝내버렸고 준비해둔 수업은 없고... 고민하면서 급식실을 나오는데,

날씨가 거짓말처럼 좋다.

헐.

놀아야 되는 날씨다.

핑계는 아무렇게나 댔다. 선생님이 아까 미술은 어디에나 있다고 했죠? 나가서 색깔 다섯 개를 찾아봅시다. 그렇게 말하고 놀이터로 나가서 그네도 타고, 철봉에도 매달리고, 미끄럼틀에서 놀탑이라는 놀이도 했다. 다 놀고 나서는 쓰레기도 주웠다. 멋진 오후였다.

아이들은 정말 아무데나 주렁주렁 매달린다

선생님, 저 손톱 뜯어졌어요.

(다쳤다는 얘기인 줄 알고) 어디 봐. 안 아파?

네. 근데 이거 버렸다가 쥐가 먹으면 어떡해요?

아... 쥐가 안 먹을 만한 곳에 조심해서 버려야 되겠다.ㅎㅎㅎㅎㅎ

주렁주렁

그렇게 행복한 5교시를 보내고 나서... 나는 다시 업무의 늪에 빠졌다. 어제는 7시 반까지 일했는데 오늘은 학교 소독이 있다고 4시 반에 강제로 퇴근당했다(?). 덕분에 이 일기를 쓰긴 했는데... 업무 언제 끝나? 나 수업 준비 언제 하고 워라밸 언제 챙겨?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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