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이름뭘로하지
20220402 안녕하세요 본문
새 학년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되었기 때문에 일기를 쓰긴 써야겠는데, 쓸 말이 많지 않다. 요즘 살만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예쁘다. 너무 천사같이 순해서 아직도 가끔 당황하곤 한다. 다만 내가 이 아이들의 순함을 자꾸 부각하고 감탄하는 것이 '얌전하고 말 잘 듣는', '교사를 편하게 하는' 어린이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지 않을지 경계하게 된다. 순한 것도 활발한 것도 둥근 것도 모난 것도 모두 학생의 개성이다.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이 자신의 개성과 공동체의 질서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그 개성을 좋다 나쁘다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에너지 준위가 높지 않고 교사에게 협조적이며 자기들끼리도 (아직까지는) 원만하게 잘 지낸다. 나는 이러한 특성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그에 어울리는 교육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하루에 세 번씩 '천사인가?? 요정인가?? 사랑해!!!' 같은 생각이 맴돌더라도 4월부터는 참을 것이다. 나는 프로페셔널이니깐...
수업은, 즐겁다. 1년 동안 수업을 구상하고 진행하는 능력이 늘었고, 무엇보다 작년에 한 번씩 다 해본 수업이므로 익숙하고 편하다. 수업 준비 시간이 작년에 비해 반의 반 수준으로 줄었는데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은 늘었다. 특별하고 재미있는 자료에 집착하는 대신 학습목표에 도달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됐다. 파워포인트나 활동지는 꼭 필요하지 않으면 만들지 않고 대신 칠판 판서와 노트 필기를 활용한다. 그리고 일단 수업 태도가 좋으니 수업이 망하기가 어렵.... 안 돼! 이런 생각 참아야 해!
업무는, 할만하다. 확실히 업무량이 작년보다 많이 늘긴 했지만(작년에 두 사람이 하던 업무가 올해는 전부 나한테 왔다) 수업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이 작년보다 줄어서, 그리고 내가 업무에 큰 열정 없이 허술하게 슬렁슬렁 하고 있어서 엄청나게 부담이 된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안 해도 되는 일은 되도록 안 하고, 늦게 해도 안 망하는 일은 최대한 늦게 하면서... 3월에는 좀 바쁘긴 했지만 이제 좀 숨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생활은, 만족스럽다. 일단 퇴근시간이 많이 당겨져서 삶의 여유가 생겼고 (그런데 이게 원래 내 근무시간이라면서요? 나 그전에 어떻게 살아온 거지?) 학교에 또래 선생님이 생겨서 심적으로 의지가 된다. 그리고 사적인 삶에도 변화가 조금 생겨서 요즘은 외로움도 불안도 다 잊고 산다. 자기 전에도 웃고 일어나서도 웃는다.
그래서... 정작 여기에는 쓸 말이 딱히 없다. 가끔은 이게 바로 안녕이라는 건가? 하는 외람된(?) 생각이 든다. 꽃이 피는 것을 바라보고,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우쿨렐레를 연습하고, 저녁을 챙겨 먹고, 나쁜 꿈 없이 잠들고... 이런 사소하고 귀중한 것들이. 그러고 보니 안녕을 인사로 주고받는 우리의 언어가 좀 귀여운 것 같다. 다들 안녕하신가요. 저는 실로 간만에, 그래서 조금 낯설지만, 그래서 사실 좀 불안하기도 하지만, 안녕하네요. 4월은 모두들 안녕히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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