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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교단일기

추석날 차가 막혀서 쓰는 1학년 2학기에 하고 싶은 것

slowglow01 2022. 9. 10. 18:26

창체
1학기 때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 창체 시간마다 '그림 뮤직비디오'를 하나씩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 초등학생들이면 다 한 번씩은 해본다는, 각자 가사를 한 줄씩 맡아 그림을 그린 뒤 이어붙인 그런 영상 맞다.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1학기 내내 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에 2학기에는 좀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시간이 남으면 일단 온책읽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림책은 많이 읽었으니 이제 아이들을 동화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다. 전 학교에서 3학년과 읽었던 <쿵푸 아니고 똥푸>는 1학년도 아주 좋아할 것이다. 아니면 서점에서 다른 동화책을 찾아도 좋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낭독극이나 다른 독후활동을 꾸며볼 수도 있다.

다만 내 것까지 23권의 동화책을 어디서 누구 돈으로 사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문화 어쩌구 하는 예산이 좀 있다고 들었는데 책을 그만큼 사는 데 충분할 것인가? 충분하다고 해도 한 학기 내내 써야 할 돈을 그렇게 홀라당 써버릴 수는 없다. 학교 도서관에는 학생 수×13,000원 정도의 예산을 학기중이라도 언제든 쓸 수 있게 배정해두어야 한다는... 꿈 같은 희망을 말해 본다.

감정 낱말을 익히는 어린이들


국어
지난 주 수학 시간에는 '일곱'을 쓰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학생을 달랬다. 어린이들의 눈물을 왜 닭똥 같다고 하는지 그날 알게 됐다. 자그마한 눈구멍에 비해 너무 크고 구슬 같은 눈물이 정말로 '뚝뚝' 떨어지는구나... "괜찮아, 선생님이랑 같이 써 보자. 일고오오~옵봅봅봅~ 끝 소리가 어떻게 나지?"라고 말하자 눈물을 그치고 비읍 받침을 쓴다. 대견하구나.

국어 교과서 1단원 <소중한 책을 소개해요> 중간에 생뚱맞게 겹받침 ㄲ과 ㅆ을 배우는 차시가 들어있다. 듣말읽쓰의 통합이라는 취지는 알겠지만 그래도...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한글 맞춤법에 대한 차시를 전부 따로 빼서 꾸준히 집중해서 배울 수 있게 하고 싶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는 '겹받침 사전'을 만들었는데 난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고(100% 잃어버리기 때문에 나중에 활용이 어렵다. 일단 나부터 잃어버릴 것이다) 교실에 겹받침 게시판 같은 것을 만들까 하는 생각을 방금 했다. 책을 읽다가 겹받침을 발견하면 문장째로 옮겨 적어서 붙이기.

그리고 문장 쓰기 연습을 시키고 싶다. 지금까지 깔짝깔짝 몇 번 해보긴 했는데 이걸 루틴으로 만드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3학년들한테는 점심시간을 빼앗아서(?) 알림장도 쓰고 마음공책도 썼는데 1학년한테 그러면 왠지 죄짓는 것 같다. 언제 어떤 문장을 어떻게 쓰도록 할 것인가... 시간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고민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자.

추석빔을 만드는 어린이들


통합교과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한 생각은 통합수업 어렵다!!! 였다. 너무 어렵다!!! 지금까지 했던 통합수업의 반은 실망스러웠고 나머지 반은 '그래.. 재미있었어' 정도였다. 그동안 임기응변과 인디스쿨의 힘으로 교과서에 있는 추석 관련 활동들을 대부분 하기는 했다. 하지만 통합수업의 목표가 무엇인지, 좋은 통합수업이란 어떤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난 놀면서 배우는 게 더 어려워..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열심히 공부시키고 싶다고...ㅠㅠㅠ

추석은 어찌어찌 넘겼고(?) 다음 대주제는 이웃인데 어떻게 가르치는 게 좋을지 고민이다. 이웃이란 무엇인가... 이 동네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고 이들을 수업에 녹여내고 싶다는 아주 막연한 생각만을 갖고 있다. 그리고 비인간동물 이웃들도. 이래놓고 또 출근길 버스에서 다급하게 인디스쿨을 뒤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동네를 한 바퀴 걷고 올 수 없을까? 시내버스를 탄다면? 혹시 내가 방금 스스로 죽고 싶다고 말한 걸까? 그치만...

추석 준비하기 놀이를 하는 어린이들


놀이
우리 반 꼬마들 쉬는 시간에 나 없이도 너무 재밌게 잘 논다.
다행이지만 조금 소외감이 든다.
나랑도 놀아줘!!!
놀이를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인싸선생님이 되어야지

텃밭에 배추 모종을 심는 어린이들

성묘를 가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었다. 이걸 잊지 않고 보여줄 수 있을까? 요즘은 정신이 열 개라도 모자라서 확신할 수가 없다. 기껏 찍은 사진을 못 보여줄 수도 있고 또 어이없는 실수들을 할 수도 있다.(이미 많이 했다) 그러면 뭐... 울면서 또 수습해 나가야지. 수습하고 또 하다 보면 어린이들은 늠름한 2학년이 될 것이고 나도 1학년 유경험자가 될 것이다. 그날이 최대한 순탄하게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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