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3 교단일기 (8)
블로그이름뭘로하지
2023년에는 일단 일을 열심히 했다. 3년차. 처음으로 크게 미안한 마음 없이 스스로 괜찮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일에 있어서 정성을 쏟는 것과 나를 지키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아나갔고, 교사로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도 실마리를 잡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정말정말 사랑했다. 나는 항상 아이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진짜 사랑은 역시 사명감이나 윤리의식보다는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무언가 실수하고 잘못할까봐 불안한 마음, 아직 부족하고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끝없이 몰아대는 조급함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 호기심과 애정이 생겼다. 교육은 한 차시의 멋진 수업으로, 그럴듯한 활동이나 자료나 교구들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착실하게 쌓아나가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교육의..

모든 것은 아주 단순한 사실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 페달을 밟으면 눈앞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고 복잡한 생각들은 바람과 함께 날아가는 감각을 사랑한다. 때는 3월 초, 날씨 좋은 토요일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데 갑자기 우리 아이들 생각이 났다. 혼자 달려도 이렇게 좋은데 아이들과 함께 달리면 얼마나 좋을까? 오로지 자전거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햇살, 바람, 넓은 하늘과 나뭇잎의 반짝임 같은 것을 아이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었다. 게다가 우리 반의 1학기 온책읽기 도서가 바로 이었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도 아주 적절할 것 같았다. 해서 내가 처음에 떠올린 계획은 아주 안일한 것이었다. 적당히 기안 하나 올리고 안내장 하나 발송해서 여~ 주말에 쌤이랑 자전거 탈 사람~ 하고 물어본 다음..

5학년 동아출판 4단원 '개성과 특징을 담아요' 친구 얼굴 표현하기 활동을 (아무래도 고학년이라 예민하기에) 자화상으로 고쳐서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그림실력이 부족한 학생도 감각적인 자화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학생 얼굴 사진을 찍어서 A4용지 사이즈로 인쇄해 줍니다. OHP필름을 사진 위에 대고 얼굴을 따라 그립니다. 다른 A4용지에 색종이를 자유롭게 오려붙입니다. 예쁜 모양을 만들어 꾸미는 것이 아닌 자유로운 색과 형태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앙리 마티스의 콜라주 작품을 보여주었습니다. 종이 위에 OHP필름을 올리고 테이프로 고정하면 완성입니다. 간단한 수업이지만, 학생들이 사진에 찍힌 자기 얼굴을 부끄러워하고 싫어하거나 서로 놀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그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동기유발 ..
4월 20일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입니다. 전담 시간을 사용해 급하게 만든 계기교육 자료 올립니다.^^;; 지체장애인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김지우 님)의 영상을 7분 9초까지 시청하고 작성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https://youtu.be/9tevUPltEto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 배려와 기만보다는 실질적인 차별사례를 확인하고 개선방법을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혹시 몰라 정답도 함께 첨부합니다.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한강의 를 읽고 오늘은 열심히 제주 4.3 계기교육 자료를 만들었다. 내일 우리 아이들과 함께 수업해야지 수업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색연필 이야기'를 통해 제주 4.3의 상황을 이해하기 2. 제주 4.3사건의 개요를 이해하기 (https://youtu.be/M0oetkBf_Fc) 3. 인권, 평화, 존중, 기억, 행동의 의미를 알아보고, 내가 이해한 가치를 활동지에 정리하기 1차시로 충분할지 2차시는 필요한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ㅋㅋㅋ 내가 떠들기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으로 이해하는 수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혹시 자료 찾던 선생님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작 나는 시를 즐겨 읽지 않는데 왠지 시 수업만은 해마다 진심으로 하게 된다. 이유가 무엇일까, 시는 비일상의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하건 아름답건 예술은 언제나 우리를 일상 바깥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곳에서 비로소 숨을 쉴 수 있다. 어쩌면 예술 수업이란 학생들을 그곳으로 안내하는 수업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를 배우는 수업은 평소 수업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 편이다. 교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드러누워 시를 읽는다든지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아예 시집을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간다든지 비가 내리고 교실 천장에 물이 새던 어느 날 (아이들이 너무 흥분해서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수학익힘책을 덮고 다함께 천장의 물자국에 대해 시를 쓰던 한 시간은 아직까지도 즐거운 추억으로 ..

새학년 새학기 감동적인 첫날을 보내고 5학년 1반과 보내는 두 번째 날 1 제출해야 할 안내장이 많아 이렇게 세팅을 해두고 2 스스로 제출 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 명렬표를 칠판에 붙여두고 3 아침활동으로 4학년 1학기 곱셈 일일수학 학습지를 뽑아 책상에 한 장씩 올려두고 4 스스로 채점하라고 정답지를 접어서 칠판에 붙여두고 학생들이 알아서 안내장을 내고 명렬표에 체크를 하고 수학문제를 푸는 동안... 나는 유튜브에서 '모닝 재즈' 영상을 틀어놓고 여유롭게 아침인사와 내 할 일을 했다.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게 되는구나!!!! 이거 하세요 저거 내세요 자리에 앉으세요 를 학생 수만큼 일일이 설명해도 되지 않는 아침이라니 재즈를 듣는 아침이라니...... 고학년짱 고학년최고 1~2교시는 교실놀..

교직인생 삼년차 올해는 5학년 담임이 되었다. 새학년을 준비하면서 조금 기묘한 경험을 하였는데 난 분명 하나도 긴장 안 되고? 오히려 설레고 기분 좋고? ㅎㅎ올해도 잘해보장~!>< 이런 마음인데 자꾸 밤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뒤숭숭한 악몽을 꾸는 것이다. 왜지... 무의식아... 스트레스 받으면 받는다고 말을 해... 왜 숨기니... 암튼 2월 28일 새벽까지도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지만 다행히 어젯밤에는 악몽 없이 잘 잘 수 있었다. 새학년 첫 날 힘차게 시작~ 첫날 아침활동은 늘 이것이다. 감정출석부라고 이 활동을 매일 할 수 있는 교실환경물품도 있는데 난 그걸 만드신 선생님의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어차피 매일 마음일기를 쓸 것이기 때문에 이 활동은 학기 첫 날 아이스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