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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과 처음 본문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번 주 수요일까지는 ㅇㅇ교육청 소속의 3학년 담임이고 목요일부터는 ㅁㅁ교육청 소속의 1학년 담임이 된다. 관사를 비우고 교실을 넘겨주고 또 교실을 넘겨받아야 한다. 떠날 준비와 만날 준비를 한꺼번에 하고 있는데, 둘 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인수인계 자료를 정말 열심히 만들었고(다들 감탄할 정도로) 사비를 털어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샀고 방금까지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쓰다 왔다. 그런데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눈에 밟히고 전부 미안하기만 하다. 내가 재임용에 합격하자마자 바로 일을 그만뒀으면, 아이들은 처음부터 나를 만나지 않았을 것이고 담임선생님이 중간에 바뀌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날에는 운동장에 나가서 놀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고 한다. 아쉬운 대로 구강당에서 술래잡기, 꼬리잡기, 기타등등 몸을 잔뜩 쓰는 게임을 하고 놀 것이다. 꺅꺅 비명 지르며 웃는 소리가 듣고 싶다. 땀을 뻘뻘 흘리게 해서 눈물은 한 방울도 안 남게 할 것이다. 그런 다음 보물찾기를 할 것이다. 여기저기서 상상도 못한 쪽지가 튀어나와서 반가워하고 놀라게 할 것이다. 그런 다음 보물이라면서 선물을 나눠줄 것이다. 기대하고 즐거워하느라 또 눈물은 까맣게 잊어버리도록. 그런 다음 은근슬쩍 편지를 나눠주고 사진도 찍은 다음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사라지고 싶다. 다만 내가 눈물을 참을 수 있을지 그것이 복병이다.
하필이면 이렇게 사랑이 많은 아이들을 만난 해에 헤어지게 된다니
1학년 학생들을 만날 준비는 하나도 안 되어 있다. 스물두 명이라는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 여덟 살이면 얼마나 작을지 한글은 얼마나 읽을 줄 알고 수는 몇까지 셀 줄 아는지 젼혀 감을 못 잡겠다. 애매하게 9월부터 만나게 되었으니 더욱 그렇다. 어차피 아무 것도 모르겠으니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그래...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유일하게 확실한 건 아이들이 귀여울 거라는 사실이다. 어찌 됐든 여덟 살은 귀엽다. 그러니 나머지는 미래의 나에게 맡기자.
내일은 송별회가 있다. 나 자신의 송별회에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이 학교에 발령받고 쓴 일기를 다시 읽어보았는데 https://slowglow01.tistory.com/26 과거의 내가 너무나 두려움에 떨고 있어서 조금 웃었다. 그때 나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아무 것도 몰랐고 그저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1년 반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어렵고 힘들고 괴로운 일과 재미있고 보람되고 신나는 일은 사실 별개가 아니었고 어느 한 쪽만 골라 가져갈 수는 없었다. 나는 둘 다를 아주 멋지게 해냈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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