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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원 쓰러 갔다가 2만원 쓰고 온 이야기

slowglow01 2022. 10. 24. 21:10

얼마 전에는 퇴근하고 나서 광주극장에서 열리는 gv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환승하려고 유스퀘어 터미널에서 내렸다가
피곤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버스를 거꾸로 타고 집에 돌아왔다
직장인 주제에 감히 평일 저녁 외출을 하고 싶어하다니 내가 어리석었다

하지만 그대로 돌아가기는 왠지 아쉬워 유스퀘어 안에 있는 영풍문고에 들러서
자료검색 컴퓨터에 이것저것 넣어보았다

라캉
알튀세르
바르트
레비나스

검색 결과는 많이 나오는데 재고는 한 권도 없다
정확히 말하면 우치다 타츠루의 책이 딱 한 권 있었는데 그건 이미 내 방에 꽂혀있다
안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더욱 꽁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유동인구 많은 커다란 터미널에
축구를 해도 될 만큼 넓은 서점 안에
프랑스 철학을 위한 공간은 바늘 하나만큼도 없구나
하긴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이 각각 서가 하나씩으로 정리되는 곳에서 뭘 바라겠는가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두 눈을 의심했다
순수과학 서가는 입구에서 한참을 걸어들어가야 있는 구석에 있었다
(입구가 한두 개가 아닌데도!)

그러면 그 공간은 무엇이 차지하고 있나... 허섭스레기 같은 양산형 에세이와 소설들
그리고 온갖 캐릭터의 굿즈와 브랜드 문구들이 있다
물론 나도 영풍문고의 물건 구경을 좋아하지만
거기서 이것저것 많이 사서 요긴하게 쓰긴 했지만...

암튼 그날 사온 책은 앤 패디먼의 <리아의 나라>였고 정말정말정말 재미있었으므로
그날의 헛걸음은 아쉽지 않았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유스퀘어 영풍문고는 죽은 백인 남자 먹물들보다 한국의 20대 여자들을 더 귀하게 여기는
지구상에 그리 많지 않은 공간이라고
고도로 발달한 소비지상주의는 탈식민주의와 구별할 수 없다...

헛소리 그만하고 자야지
요즘 너무 바쁘다
오늘도 바빴고 내일도 바쁘겠지
솔직히 10월 보너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장선생님이 사비로라도 좀 주세요
죽은 백인 남자 먹물들 책 사야 됩니다...

이 책 진짜 짱이에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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