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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교단일기

211109 오늘의 일기

slowglow01 2021. 11. 9. 21:55

오늘은 하루종일 붕붕 뜬 날이었다.
수업 준비도 부족했고
어린이들도 집중을 못하고
나도 집중을 못하고
수업은 삐그덕삐그덕 굴러가다 자주 멈추고
결국 하교 전에 혼을 냈고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핑계 대려는 건 아니지만
이게 다 비 때문이다.
다는 아니라도 적어도 50% 이상...
창가 쪽 벽에 머리를 기대고 이 일기를 쓰고 있다.
그치지 않는 끔찍한 빗소리
내일은 또 어찌 보내나

그래도 시 수업은 기본적으로 즐겁다.
학생들은 몰라도 일단 내가 즐겁다.
아직 행과 연의 구조에 익숙지 않고
자기 내키는 데서 줄을 마구 바꾸며
화제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법도 잘 모르는 어린이들의 시는
본의 아니게 가끔 훌륭한 현대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맞춤법을 고치고 행을 적당히 나누어 타이핑해서
간만에 <우리 반 시집>에 새로운 페이지를 추가했다.
그러다 갑자기 학급문집을 만들어 볼까?? 라는 생각이 번뜩 들어
퇴근 전까지 열심히 검색을 했다.
예산이 빠듯하지만
내 사비 조금과 열정 많이를 쏟아부으면
가능할 것도 같다.
아이들의 책꽂이 한켠에 추억 한 조각으로 남고 싶고
교실 바닥에 엎드려서 휘갈겨 쓴 문장들이
단정한 책으로 묶여 나오는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다.
그리고 사실 내가 그냥 책을 만들고 싶다.
책을 만들 수 있다고? 그럼 만들어야지!!!

1번 자랑

사실 학교 밖에서의 나는 별로 행복하지가 못하다.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걱정하게 된 지 꽤 오래되었다.
그치만 학교에서 나는 꺄르륵 꺄르륵 웃는다.
사실 정색하고 잔소리하는 시간이 더 많을텐데
그래도 웃는 모습을 더 기억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웃는다.
내일은 더 웃어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왜냐면 내일은 전담수업이 없고 과학실도 가야 되고 그리고 비가..... 비가.....

2번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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