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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이름뭘로하지
운전을 할 때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낼 때마다 조금 위험한 상상을 한다. 내가 지금 핸들을 확 꺾는다면 이 차는 아마 저 트럭을 들이받고 가드레일 쪽으로 밀려날 것이다. 트럭을 뒤따라오던 차들도 급브레이크를 밟다가 자기들끼리 몇 중으로 추돌할 것이다. 뼈가 부서지고 내장이 찢어지겠지. 죽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어느새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죽기도 죽이기도 싫으니까. 그리고 뉴턴에 대해 생각한다. 고전물리학의 이런저런 방정식들... 중학교 때 열심히 배웠는데 다 잊어버렸다. 아무튼 질량과 힘과 속도 같은 것을 방정식에 넣어 계산하면 물체의 궤적이나 에너지 같은 걸 구할 수 있다고, 비탈길을 굴러가는 1kg짜리 추 같은 게 나오는 문제를 풀며 배웠던 것 같다. 내가 핸들을 확 꺾는 데 ..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광고 만화를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된 적이 있다. 아이를 기르는 여성 작가가 그린 만화였는데 "아기를 낳으면 나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걸 전에는 몰랐다. 내 이름을 잊고, 내 시간을 포기하고, 건강을 잃고..." 같은 이야기를 하더니 별안간 "그런 나의 고민을 해결해준 ㅇㅇ영양제!"라며 영양제 광고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광고 만화가 광고를 열심히 하는 건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지만, 아니 누가 봐도 앞뒤가 안 맞잖아요. 엄마가 된 여성이 자기 이름/커리어/건강을 포기하는 이유가 좋은 영양제가 없어서...겠냐? 겠냐고... 작가님 그래서 영양제 드시고 본인 이름 되찾으셨나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분은 그런 만화를 그리면서 작가로서 자..
지금 나라꼴을 보고 혈압 오르지 않는 사람 유죄... 하루에 네 번 화가 치밀었다가 여덟 번 암담해하고 여섯 번의 쌍욕을 하는... 요즘 그러나 경기도 나빠지고 환경도 나빠지는 시국에 내 정신건강까지 나빠지게 둘 수는 없기에 국민신문고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아동. 장애인. 노동자. 저소득층. 오늘의 뉴스는 또 누구를 짓밟을까 '이럼 안 되는 거 아냐'라고 속으로 생각하면 내 속만 곪지만 "이럼 안 되는 거 아냐"라고 말한다면. 딱히 아무도 듣지 않더라도 내 입밖으로 공기가 한 번 울릴테고 내 귀에 내 목소리가 들릴테고 그 정도의 효능감이라도 나에게는 필요했다. 그리하여 괴로울 때마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렸다. 한 달 동안 16개. 명문을 쓴다고 민원이 더 잘 수리되는 것이 아니기에 글은 대충 쓴다...
요가와 편견 새해부터 동네 요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중간에 설 연휴가 있어서 수업을 나간 것은 아직 여섯 번뿐이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지는 벌써 몇 년이 되었는데 하필 요가를 선택한 것은, 요가가 1) 숨 차고 땀 흘리는 다른 운동들보다 좀 수월해 보였고(그것은 편견이었다) 2) 신체에 더해 정신의 건강까지 증진해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몇 년 동안 애타게 찾아헤맨 두 가지, 반듯한 자세와 평온한 마음을 어쩌면 요가를 통해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https://youtu.be/jCcdJg2uvxg 평~정~심~ 찾아헤맨 그이는 오늘도 못 봤어 다시는 숨쉬기운동을 무시하지 마라 요가 선생님들은 자꾸 숨을 쉬라고 한다. 어떤 동작을 하든 "호흡 쓰세요"라고 하시는데, 팔을 쓰라든지 다리를..
오늘은 처음으로 모닝페이지라는 것을 써 보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공책을 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든 써내려가서 한 페이지를 채우는 것인데 검색해보면 창조성 회복, 글쓰기 명상... 뭐 이런 설명이 나온다. 좀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복잡한 마음을 좀 비워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쨌거나 눈 뜨자마자 핸드폰을 쳐다보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한번 해보기로 했다. 글을 쓰고 나면 다시 읽어보거나 고치지 말라는 규칙이 있긴 하지만 아무튼 첫날의 모닝페이지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요즘은 그냥 쓰기 쉽게 쓰기 가볍게 쓰기를 잘 못한다. 잘쓰고 싶어서 그런 것 같고 동시에 너무 매끈하게 잘 쓴 글이 스스로 싫다. 가볍고 둥글고 상쾌한 글을 쓰고 싶은데 번민과 미움이 너무 많다." 그..
보고 싶은 우리 할머니는 내가 뭔가 한심한 행동을 할 때면(무척 자주 있는 일이었다) 옛날 같았으면 너는 지금쯤 시집 가서 남편과 시가족들에게 매맞고 있었을 거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요즘 이 말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비록 12~13살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적절한 말은 아닐지언정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나는 게으르고 잡생각을 많이 하며 손끝이 야무지지 못한 사람이다. 이런 특성은 21세기의 초등학교 교사에게도 별로 장점은 아니지만 20세기의 아내/며느리에게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단점이었을 것이다. 반면 책을 많이 읽었고 시험을 대체로 잘 본다는 나의 장점들은 21세기에는 꽤나 괜찮은 능력으로 간주되는 것들이지만, 전근대의 평민들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넘어 아예 발견조차 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 결국 12월 31일에 울면서 노트북 켠다... 올해 읽은 책과 읽다가 때려친 책에 대한 짤막한 감상과 소개 모음. 1편은 여기 있습니다~ 16. 숭배 애도 적대(천정환) 3월에 코로나 걸렸을 때 읽으려고 샀다가 나중에야 읽게 된 책. 출판사 소개는 다음과 같다. "1980-90년대 ‘열사’들의 죽음, 그리고 2000년대로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죽음과 노무현·노회찬·박원순 등 정치인들의 죽음, 그리고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잇단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죽음의 정치학 또는 한국 정치의 감정구조의 메커니즘을 살펴본다." 읽는 내내 마음이 많이 아팠고... 개인적으로는 첫 챕터가 정말 좋았는데 뒤로 갈수록 조금씩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 나라, 이 시대의 죽음에 대해 이..
매년 이맘때면 그 해에 읽은 책을 정리하고 베스트를 꼽는다. 원래 완독한 책들만 정리하지만 올해는 책을 많이 안 읽었으므로(ㅠㅠ), 그리고 다들 알겠지만 정말 좋은 책을 완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올해는 읽다 만 책들도 같이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언젠가의 누군가의 읽을 책 선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1. 외로운 도시(올리비아 랭) 겨울방학에 혼자 여수로 여행 가서 읽은 책. 너무 좋아서 독후감도 썼다. 이 책 진짜 짱이고 특히 예술/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꼭 읽어보길 바람. 나는 사실 별로 관심 없는데 그래도 좋았다!! 2.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김기봉) 예스24 중고서점에서 반값에 사온 책인데 처음에는 저자의 의견에 잘 납득이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지만 점차 재미있게 읽었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