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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이름뭘로하지
템플스테이를 다녀왔습니다 조수석에 동생을 태우고 한시간 동안 운전해서 영어로 읽으면 문라이즈 마운틴...이 되는 멋진 산에 있는 오래된 절에서 하룻밤을 자고왔어요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절에 도착해 방을 안내받고, 헐렁한 옷으로 갈아입고 짐을 풀고 서늘한 바닥에 드러눕자 마음이 말랑,하고 가벼워졌습니다 우째 이런일이??? 아무것도 안 하고 눕기만 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안팎에서 나를 몹시 괴롭히고 두들겨대던 소음들이 거짓말처럼 뚝 하고 그친 것입니다... 머릿속의 스위치는 당연히 꺼지지 않고 여전히 수만 가지 생각들이 쉬지 않고 점멸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뇌수를 찌르고 심장을 조이고 호흡을 막는 대신 그냥 두둥실, 떠올랐다가 흘러갔어요 고통 없는 사고 두렵지 않은 적막 정말로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수십 번 했던 얘기를 또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항상 똑같은 얘기를 별의별 방식으로 말하고 또 말해서 이젠 더 돌려 말할 방법도 없다. 너무 절망스럽다!!! 사람들이, 사회가, 지구가 너무 많이 아파서 도저히 나 혼자 웃을 수가 없다. 내 깜냥 안에서 열심히 듣고 말하고 읽고 쓰면서, 사람들에게서, 또는 언어와 이론에게서, 또는 그저 도도히 흐르는 시간의 법칙 안에서라도 어떻게든 희망을 찾으려는 그 모든 시도들... 다 수포로 돌아갔다. 오늘은 또 마음이 힘들어서 대학생 때 쓰던 노트를 들춰보았다. 2020년 7월 12일. (...) 너무 많은 것이 나를 아프게 한다. 세상이 너무 폭력적이고 수치를 모른다고 느낀다. 나로 사는 것마저도 자주 힘겹고 고단하여 두..
비... 비... 비... 비가 내 활력과 에너지를 전부 가져가고 나는 껍데기만 남았다. 어쩌자고 일년 강수량의 절반이 여름에 쏟아지는 나라에 태어나서 매년 장마철마다 이 괴로움을 겪고 있을까 힘이 안 난다 괴롭다... 파란 하늘이 너무 보고싶다. 언제나 엉망진창인 ㅇㅇ이의 책상을 보고 짜증이 치솟을 때마다 4학년? 5학년? 담임선생님이 종업식 날 내게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이 "책상 좀 정리해라"였던 것을 떠올린다. 붓다가 옳았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담임선생님이 나이고 내가 그 담임선생님이고 나는 지금 그저 업보를 청산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내 책상에 비하면 ㅇㅇ이의 책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계속 생각해보니, 그렇다. 지금까지 (비록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별의별 어린..
2023년 상반기가 다 지나간 기념으로 요즘 읽거나 본 컨텐츠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에게 2023년은 대 깔짝거림의 해라서 한 50권쯤 펼쳐본 것 같은데 다 읽은 책은 방금 세어보니까 겨우 12권이더라. 재밌었으면 됐어~ 1. 1984(조지 오웰, 김승욱 옮김, 문예출판사) 얼마 전 재밌게 읽은 에서 에 대한 꽤 자세한 비평을 다루었기 때문에 궁금해져서 읽게 됐다. 사실 이 책을 굳이 사서 읽을 생각은 별로 안 하고 있었는데, 왜냐하면 너무 유명한 책이라 내가 이 책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주제, 줄거리, 결말, 그리고 그 유명한 마지막 문장 모두 이제는 그냥 현대인의 교양 수준이기 때문에... 읽어야 할 책 많은데 굳이? 그러나 너무 당연한 ..
안녕하세요, 설명 들으셨겠지만 여기는 망월동 구묘역입니다. 5.18 직후 광주시민들이 시신을 급하게 수습하여 매장한 곳입니다. 1997년 국립묘지가 조성되면서 이곳에 있던 묘는 국립묘지로 이장되었고, 여기에는 가묘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1980년 이후 호남 출신의 민족민주열사들도 안장되어 있습니다. 1987년 이한열 열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쉰여덟분이 여기 오월의 영령들과 함께 잠들어 계십니다. 저는 이분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요, 그전에 조금 쌩뚱맞은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혹시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있습니다. 아 물론 국가폭력에 대한 항거나 희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죽..
모든 것은 아주 단순한 사실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 페달을 밟으면 눈앞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고 복잡한 생각들은 바람과 함께 날아가는 감각을 사랑한다. 때는 3월 초, 날씨 좋은 토요일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데 갑자기 우리 아이들 생각이 났다. 혼자 달려도 이렇게 좋은데 아이들과 함께 달리면 얼마나 좋을까? 오로지 자전거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햇살, 바람, 넓은 하늘과 나뭇잎의 반짝임 같은 것을 아이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었다. 게다가 우리 반의 1학기 온책읽기 도서가 바로 이었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도 아주 적절할 것 같았다. 해서 내가 처음에 떠올린 계획은 아주 안일한 것이었다. 적당히 기안 하나 올리고 안내장 하나 발송해서 여~ 주말에 쌤이랑 자전거 탈 사람~ 하고 물어본 다음..
나는 뮤지컬을 아주 좋아하는데 사실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얘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뮤지컬 영화', 그중에서도 대부분 20세기에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무대에 올라가는 뮤지컬을 보러 가기에는 돈도 없고, 기력도 없고, 그 두 가지가 다 있다고 해도 여기는 지방이라 뮤지컬 공연 자체가 별로 없다. 전세계에 흥행하는 프랜차이즈 뮤지컬보다 1950년대 MGM 뮤지컬 영화의 접근성이 더 높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정작 뮤지컬(무대) 감상 경험은 별로 없으며 내가 아는 뮤지컬 배우들이란 프레드 아스테어(1899~1987)나 주디 갈란드(1922~1969) 같은 사람들뿐이라는 사실 그러므로 뮤지컬로서의 광주에 대해 궁금했다면 이 글에서 얻어가는..
뭘 안 쓴 지 오래되었군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요즘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고 또 아이들끼리의 관계도 좋고 수업도 잘 되고 학급운영도 원활해서 교사효능감이 꽤 높은 상태다 약 2년 3개월의 경력 중에서 지금이 가장 좋은 선생님인 것 같다 근데 구체적으로 자랑할 기운은 없음... 그리고 날씨가 좋아서 기분도 좋다 1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5월 초록의 계절 장미의 계절 그리고 내가 세상에 나온 계절이다 생일에 별 의미를 두지는 않는데 그래도 5월에 태어났다는 건 참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 맞다 최근에 종합심리검사(풀배터리 검사)를 받았다 50만원 눈 딱 감고 긁었다 온갖 재미있는 퍼즐을 풀고 그림도 그리고 임상심리사 선생님이랑 이야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이었...긴 한데 난 뭘 기대했던 걸까? 나는 열쇠가..